나 지금 몹시 흥분해 있다. 하악 딸랑 거리면서 극장을 나와 어떻게 블로그에 글을 남길까 고민하던중에 주변 평을 들어보니 이건 뭐. 쓰레기네 거품이네 말들이 많아서 나 지금 몹시 흥분해 있다. 간만에 나온 걸작을 단순한 오락영화의 범주로 팽개쳐 버리는 것에 대해서 어떠한 의미에선 배신감 같은것도 느껴지기까지 하는데 그런 이유로 밑에 글은 감정적일 것이 분명하다. 아마 쓸데 없이 긴 글이 되어버릴것 같고 어쩌면 어깨에 힘이 팍팍 들어가서 갖다 붙이기식 글이 될지도 모른다. 영 내키지 않으시다면 안 보시는게 좋을것 같네요.
일단 장르적으로는 달리는 말발굽 소리가 사내의 심장을 울리고 샷건 스윙으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웨스턴 누아르를 뿌리로 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 말이 상당히 많은데 클래시컬한 웨스턴 무비가 갖는 정적인 긴장감보다는 무조건 달리고 보는 밀이붙이기 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웨스턴 무비를 완전히 표방하려던 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것은 송강호의 몸짓과 눈빛만으로도 알수 있는데 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걸까. '용서받지 못한 자'로 웨스턴 무비는 마침표가 찍힌 것을 당신네들도 보지 않았나.
좋은 놈과 나쁜 놈 사이에서 촐싹 거리는 이상한 놈을 둔 것은 캐릭터의 조화 뿐만 아니라 김지운이 가지고 있는 블랙코미디를 발휘할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미 반칙왕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부분이긴 하지만 놈놈놈에서도 단순한 웨스턴 누아르만이 아닌 새로운 장르를 흡수할수 있는 이상한 놈의 이상할정도로 소름끼치는 연기. 게다가 괴물에서도 그랬듯이 송강호는 스크린에 민족성까지 품어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일까.
정우성과 나란히 누워 잠자기 전에 보여주는 잡담에서 고질적인 토론의 부재와 소통의 단절이라는 민족성의 한계. 그리고 소박한 꿈. 눈 앞에 유전을 보고도 잘못 온것 아니냐고 내던진 지도가 흩날릴때 근시안적인 이익추구 말고도 나라를 잃어 타지에서 먹고 살아가야 했던 원초적으로 다가오는 미련함과 애달픈 소박함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김지운 감독은 (비록 손가락 귀신이였다는 이상한 반전으로 마지막 씬까지 끌고 가는게 원망스럽지만) 뒤뚱뒤뚱거리는 현상금 300원짜리 송강호에게 총알이 알아서 피해가도록 한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백미를 고르라면 단연 모든 인물들이 한곳에 모여서 개싸움을 펼치는 사막에서의 결투 씬. 송강호를 쫓는 무리들이 자기들끼리 부딪히고 싸우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 긴장감을 유발시키는데 이것은 일본군이 들이 닥칠때 절정에 달한다. 아나키스트들이 다시 체제에 의한 습격으로도 볼수 있는 여기서 BGM은 다소 무거워지고 혼란스럽던 그 동안의 행적이 진압당하는 것처럼 보여질때, 갑자기 들려오는 캐스터네츠 소리. 빰바라바라바라밤빰- 정우성이 나타나 일본군들을 하나하나 궤멸하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단순히 속도로 밀어붙이기는 것만으로 가능했을까.
도르레 전투씬. OK 목장의 결투 같은 놈놈놈들의 마지막 결투. 이 영화 내내 어떠한 액션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게다가 이만큼 스타일리쉬하게 웨스턴 누아르는 담아내는 것은 누구나 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마지막 결투를 향한 끊임없는 전진 때문에 밀어 붙이기식 인상이 있는 것도 맞는 말이고 그로 인해 동기부여의 진정성을 잃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팽개쳐질 영화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너무나 잘 흘러가고 밀어 붙였다고만 하기에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부여된 의미가 세련되고 착실하게 소임을 다하고 있다.
좋은 영화를 보는 나쁜 눈. 이상한 반응. 한줄로 요약하자면 그냥 겁나 잘 만들어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