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함 속에 숨겨진 배려- STRICTLY BUSINESS
Posted 2006. 5. 22. 18:35![](http://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어느 곳에서나 다수가 있고 그 다수들의 취향에 맞춰진 것들이 만들어진다. 한국 가요에는 SG wanna be 구조의 한국형 R&B가 있고 드라마에는 재벌2세와 숨겨진 가족사가, 쇼프로에서는 짝짓기 놀이가, 불과 5년전만해도 영화판에서는 조폭 열풍이 그 예. 이렇게 쉴새없이 쏟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SG wanna be의 앨범은 잘 나가고 재벌 2세의 숨겨진 가족 이야기와 아이돌 스타들의 짝짓기 놀이는 시청률이 높으며 조폭 이야기는 관객을 많이 불러 모을수 있기 때문이다.
농구화에서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취향이 있다. 물렁한 쿠셔닝, 이것이다. 무릎에 무리가 간다느니 발에 피로를 부가시킨다느니 말들은 많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나이키를 신봉하고 일단 물렁한 쿠셔닝을 메인 테마로 하여 새로운 신발이 나오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다. 특히 농구화는 좋아하지만 획일적인 생산에 의해서 폭 넓게 접해보지 못한 홀리커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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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k1x는 미지의 영역이고 신비한 세계였다. 미 주류 브랜드인데다가 획일적인 흐름에 동참하기보다는 자발적인 자세로 신발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질적으로도 최고의 수준인 이 브랜드는 약간은 두렵지만 언젠가는 꼭 접하고 싶었던 소수들만의 특권으로 비춰지기까지 했다. 10년 가까이 농구화를 신어왔지만 피팅에 관해서는 거의 무신경했고 물렁한 농구화만을 뒤쫓던 청년에게 너무나 생소하고 색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STRICTLY BUSINESS, 이름 그대로 '엄격한' 그의 안내를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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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을 넣자 한때 국민 농구화로까지 불리웠던 T-mac 2가 떠올랐다. 아마 T-mac 2가 설포의 임팩트가 강했던 신발이라 역시 설포의 역활이 큰 SB의 첫 느낌이 비슷했던것 같은데 그렇다고 T-mac 2처럼 따뜻한 느낌이 아니라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였다. 그리고 신발이 발 전체에 달라붙은 것처럼 타이트했다. 발목은 높이에 비해 굉장히 풍성했고 쿠셔닝은 예상보다 생생히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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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감싸고 있는 설포는 피팅의 시작이다. T-mac 2도 부드러운 메쉬 소재인 inner bootie가 발을 감싸고 있어 포근함 느낌을 주지만 재질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서 통풍에도 문제가 있고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는데 반해 SB는 설포가 두꺼워 다소 뻑뻑하지만 재질이 여유있게 짜여져있어 시원한 체감을 준다. 그리고 이 설포는 발을 완전히 감싸쥐는 신발 구조인 SB의 엄격한 피팅에 보이지 않는 배려다. 만약에 이런 설포가 없었다면 이런 끈적끈적한 피팅이 이렇게 포근하고 친근하게 다가오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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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힐쪽에는 메모리 폼이 들어가 있는데 전작인 CG보다 더 두툼하다고 한다. CG는 일상화로 손색이 없을 만큼 발목이 자유로운 편이였고 이런 구조는 많은 사람들을 매료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깊이 들어가버렸다. 체감으로는 부족할런지 모르겠지만 발목이 얇아서 농구화를 고를때 발목 지지에 중요시 해야 하는 나에게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발목지지를 해줬다. 토박스의 변화와 함께 힐의 이런 변화에서 전작에 비해 엄격해진 k1x의 면모를 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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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은 가히 압도적이고 SB의 중심이다. V자형 구조인 이 레이싱때문에 신발 전체적으로 날렵한 형태를 취하고 있고 신발 끈 고리도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안정적으로 피팅을 할수 있도록 보조하고 있다. SSU의 경우는 끈을 꽉 잡아 당겨놓고도 묶으려고 잠시 힘을 빼는 사이에도 스르르 풀어져버렸다. 뿐만아니라 이런 허술한 레이싱 구조 때문에 시합중에서도 계속 끈이 풀어졌고 시합 중간중간 흐름을 끊었어야했다. 하지만 SB는 그냥 끈을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고정이 되어 풀어지지 않았다. 끈까지 묶고 나면 마치 GP2나 스터너에서처럼 지퍼를 올린 수준의 안정감을 주었다. 그렇기에 k1x 에볼루션처럼 위부분을 쭉-당기면 밑에서부터 당겨지는 모습이 아니라 끈 한올 한올이 각자 따로 고정되어 있어 밑에서부터 하나하나 조여 매면서 묶어야 되는데 두터워진 힐의 메모리폼과 함께 이런 레이싱 구조가 CG에서 간결했던 신고 벗는 동작이 다소 번거러워지게 한다. 이런 낯선 피팅을 경험하면서 처음에는 감을 잘 몰라서 무조건 꽉 묶었는데 아킬레스건 반대쪽 부분이 굉장히 아파 첫 시합 내내 고생했다. 알고보니 혀가 유연한 편이 아니고 길이가 애매해서 마지막 끈을 너무 꽉 묶어버리면 혀의 맨끝의 k1x 마크와 지속적으로 부대끼게 되서 아팠던 것이였다. 참고하셔서 피해보는 일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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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토박스, 이런 구조는 정말 싫어했었다. 피팅도 좋지만 발이 답답해진다면 다 소용없는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SB는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처음 신었을때는 설포의 재질은 산뜻했지만 굉장히 타이트한 느낌과 발에 신발에 달라붙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 이유는 이 토박스 때문이다. 이 낮은 토박스는 설포를 감싸쥐고 있는 발을 다시 한번 더 눌러 내려 완전히 신발이 발과 하나가 되는 찐득한 피팅에 기여하고 있는데 처음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뛰면 생소한 이 느낌이 거북할수도 있다. 나 역시 이렇게까지 달라붙는 체감은 처음이라 몇 경기는 굉장히 생소했는데 모든 건 시간이해결해줬다. 그리고 아는만큼, 경험해본 만큼 보이는 법 아니겠는가- 시합을 거듭할수록 생소했던 k1x표 피팅을 점점 몸이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점점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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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축에서 whuita가 발가락 끝까지 받쳐주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느꼈던 CG에서의 트러블은 해결뿐만 아니라 근엄한 이 신발 속에 또하나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발가락은 꼼지락 거리는 것만으로도 체감 할수 있는 이 쿠셔닝은 아디프랜이나 줌 에어만큼의 임팩트가 있는, 즉 물렁한 체감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넓은 범위로 인해서 느끼기에 물렁하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체감이였고 뛰어난 반발력으로 달리고 뛸때마다 발을 떠밀어 준다. 게다가 족저근염 증상이 있는 나는 요즘 경기를 뛰고나면 발바닥에 통증이 있곤 했는데 폭신한 아디프랜이나 물렁한 줌에어가 아닌 이 농구화을 신고는 2-3시간 농구를 하고도 발바닥 통증도 거의 없고 매우 가뿐해서 이런 반발력 위주의 쿠셔닝이 오히려 발의 피로를 적게 할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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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무뚝뚝한 자세를 취하는 SB, 이걸 그대로 따라는 뒤축은 매우 심심하다. 아마 이 부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10만원이 넘는 돈을 이 신발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물론 파일론과 메모리 폼의 조화는 충격 흡수를 충분히 흡수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에 k1x가 한발을 양보해서 처음 공개했을때처럼 뒤축에도 WLOTC라도 삽입됐다면 상황은 바뀌었을수도 있다.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뒤축이 푹푹 꺼지더라도 눈 꼭 감아 한번 모른척 해버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만들어주면 그만아닌가-? 몇주전에 주말을 이용한 SB 파격 할인 이벤트까지 하며 고전하고 있는 k1x, 이렇게 우직하게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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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솔은 전작에 비해 넓이가 넓어지고 좀더 촘촘해졌고 그로 인해 내구성은 떨어진것으로 알고있다. CG의 접지력이 얼마나 우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구성에 불만이 있으시다면 한번 SB를 신고 먼지가 지독히 쌓인 우레탄 코트에서 뛰어 보는 것을 권해주고 싶다. 실내코트에서 만큼의 접지력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뛰어난 접지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마다 하다못해 우레탄 코트도 1,2개씩 찾아볼수 있는 요즘 세상에 내구성때문에 신발을 애지중지할만큼의 허술한 내구성도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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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설포로 발은 안고 그 위로는 얇고 예민한 갑피가 감싸면서 매듭 지어진다. 이 얇고 유연한 갑피는 체인지오프디렉션이나 스핀 무브를 할때 포근한 설포와 충실한 레이싱 시스템으로 단단하게 잡힌 발을 친절하게 갈 방향으로 인도해준다. 매끄럽고 조화로운 구조다. 그리고 안쪽 갑피에는 두꺼운 설포의 통풍을 위해서 통풍구를 사정없이 뚫어놨다. 물론 경기를 뛰고 나서도 뽀송뽀송한 양말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T-mac 2처럼 사우나 지옥은 면했으니 이 역시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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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x, 아직까지도 주변에 이 브랜드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런 비 주류 브랜드가 사람들의 이목을 잡는 방법 중 가장 쉽고 가장 안전한 것은 애석하지만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비자에게 끌려다니다보면 고유의 색깔은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고 만들어졌다고 해도 금방 색을 잃어버리게 되버린다. 이처럼 불리한 위치에 있는 k1x사 는 전작 CG보다 더욱 능적적으로 만들어진 SB를 우리들에게 내밀고 있다. 더 엄격해진 틀속에 자신의 색깔을 명확히 그려내고 그 속에 작은 배려들을 숨겨놓으며 세련된 자세를 취하면서 말이다. 더욱이 나처럼 끊임없이 나오는 수동적인 신발들속에 취해 점점 신발에 대한 견해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죄스러워하는 어린 홀리커에게는 이처럼 좋은 가이드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피팅을 중요시 하는 유저들에게는 마치 맞춤형 신발 정도의 만족감을 줄 것이고 좀 더 넓고 깊게 농구화의 세계로 들어오고자 하는 홀리커들에게 SB는 분명히 자상하게 생소한 세계로 인도를 해줄것이다. 엄격하고 근엄한 모습을 하면서도 슬픔에 빠진 제자를 꼭 안아줬던 코치 카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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