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극에 치중하기 보다는 멜로에 좀 더 무게를 둔 영화.
허나 이런 비극 멜로는 관객 가슴을 후벼파야 그 맛이 사는 법인데
날카롭게 다듬어지지 못한 이 비극은 관객의 가슴에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다.
영상 내내 꽉 차있던 구슬픈 미장센을 보지 못했냐고?
물론 봤다. 하지만 강동원을 내세운것도 모자라 12금까지 영화를
잡아 내려 관객을 긁어모은 감독의 변명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극장에 영화 평론가와 미술 작가, 사진학 교수들을 채워놨더만 또 모르겠지만.
게다가 인정사정 볼것없다에 우 형사를 그대로 하지원에 심었던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토록 집착했던 우 형사 캐릭터조차도 하지원이 제대로 살려주지 못했다.
물론 박중훈이 워낙에 훌륭하게 소화했기도 했지만
사투리조차 거슬렸던 하지원에게는 내사랑 싸가지로의 퇴행이였을뿐이다.
안성기와의 조화도 눈에 거슬렸을 정도니까.
스토리 구성적인 요소에서는 이리저리 딴지를 걸었지만
이명세 영화라면 '닥치고 영상미-'라는 식으로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에겐
딱히 뭐라고 할말은 없다.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감독이라는 칭호는 여전히 걸맞았고
아마 향후 몇 년간은 계속 이어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달밤에 단풍이 떨어지는 벽돌길에서의 격투씬에선 정말 혀를 내둘렀고,
마지막 엔딩 결투씬에서는 넘쳐 흘렸을 정도로 지나치게
스토리로는 못다한 비극을 아름답게 추스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