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2012.

Posted 2012. 7. 7. 02:35

자연 감성 다큐멘터리의 범위를 오가며 히스클리프 인칭 시점에서 보여지는 농밀한 비극.

 영화 곳곳에 롱 테이크가 사용되어 마치 이야기가 아니라 기록을 보고 있는 듯하다. 스크린 밖에 음악은 오직 엔딩에서만 사용되고 스크린 안에 음악조차 캐서린이 부르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워더링 하이츠 안에 자연 모습들이 씬과 시퀀스 사이사이를 넘어 감정선이 이어지는 씬 사이마저 끼여 들어간다. 이 영화의 음악은 바람 소리이고 영화의 중요한 셔레이드는 자연이다.

 카메라는 히스클리프를 따라다니다 히스클리프의 눈이 되기도 하고 캐서린의 잡힌 손, 바둥거리는 발, 도도해져버린 눈, 자신을 감싸는 손을 철저하리만큼 클로즈업으로 촬영하여 심지어는 히스클리프가 느끼는 감정이 된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제외하고는 프레임에서 제외시키려한다. 히스클리프가 다시 돌아와 캐서린, 캐서린 남편을 삼자대면할 때 남편은 계속 프레임 밖으로 밀려나 예의를 차리려는 목소리로만 존재하게 된다. 이자벨라도 프레임에 등장할 때마다 프레임 밖으로 쫓겨나 버린다.

 히스클리프가 떠나기 전과 돌아온 후로 나눠본다면 돌아온 후에 캐서린과 캐서린과 함께한 장소를 히스클리프가 마주할 때 플래쉬백 커트를 통해 떠나기 전과 돌아온 후가 뒤섞여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데 워더링 하이츠 안에 자연 모습과 바람 소리와 섞이면 굉장히 파괴적이고 처참한 비극이 표현된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히스클리프가 돌아온 후 캐서린이 비중이 너무 적다는 것. 순수하지만 '동물적인' 히스클리프의 사랑과 여리지만 '이기적인' 캐서린의 사랑이 서로를 파괴하는 모습을 좀 더 길게 보고 싶었는데. 흔들리고 무너지는 감정을 연기하는 스코델라리오를 오래 보고 싶었는데. 'You broke my heart. You killed me'라고 말하는 캐서린, 아니 카야의 이기적이지만 절박한 감정이 그다지 전달되지 않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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