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수술
Posted 2024. 10. 11. 03:21정말 알 수가 없다.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겁이 많고 업무 외에는 모든 걸 미루는 놈이,
고작 땜질이 무서워 신경치료를 받고야 마는 놈이
도대체 왜 오늘 수술받을 걸 알면서도 응급실에 또 온 건지.
설명할 길이 없어서 억지로 끼워 맞춰봤자
그냥 누가 떠밀듯이 흘러갔다고 밖에.
걱정보다 겁이 나지 않았고 기대보다 심각했다.
미뤘으면 큰일 났고 오늘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텐데.
돌이켜보니 이런 일들이 숱하게 있었다.
수비수가 싫어서 농구를 시작한 것.
재수를 갑자기 안 하게 된 것.
할머니의 마지막 설날을 같이 한 것.
6mm로 방송을 시작한 것.
난생처음 소개팅시켜 달라고 한 것.
끓어오르는 당찬 결심으로 일으켜 세워 달려봐도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제자리였다가
가끔 이렇게 누가 떠밀듯이 흘러가 버린다.
살아라,
혹은 이렇게 살아라.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라는 계속 맴도는 질문에
갑자기 마주하게 된 대답에 조금의 위안이 되는 걸까.
내 맘 같지 않고 무엇도 도와주지 않는 요즘.
또 갑자기 날 떠밀어 어딘가로 보낼 것을 기대해 본다.
늦어도 괜찮다. 윤동이와 함께라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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