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Posted 2013. 9. 18. 12:22흥행 영화로서의 관상은 좋은 원단과 적당한 핏으로 잘 만들어진 기성복 같다. 방대한 이야기는 극 초반에 내경과 팽헌의 푼수로 거대하고 차가운 궁궐과 냉철한 수양대군 패거리와 맞닿아가면서 적절한 긴장감을 안고 나아간다. 있어야 할 곳에 복선은 항상 기다리고 있고 중요한 순간에 셔레이드 기법으로 감동을 자아내려한다. 2시간 반에 육박하는 긴 러닝 타임에 맞춰 호흡도 길-게 가져가며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수평을 무너뜨려 사선으로 바뀌는 앵글은 한명회의 시선과 동일시 되어진다.
하지만 전에도 이런 기성복을 본 적이 있다. 즉 관상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갖는 이 영화만의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다. 웃길때 웃기고 복선을 깔아야 할때 깔아서 감동을 준다,는 정공법으로 썩히기에는 관상이 갖는 소재의 힘이 아깝다.
관상이라는 소재는 운명 결정론과 자유 의지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룰수 있음에도 진형이라는 캐릭터는 수양으로 지나치게 관심이 옮겨간다. 진형의 자유의지는 수양 일당에게 가볍게 도구화되고 활로 진형을 죽이고 돌아서는 수양의 독백으로 도망가버린다. 그리고 수양의 운명을 바꾸려는 내경의 수양 진영 잡입 씬은 운명 결정론과 자유 의지가 맞부딪혀 불꽃을 내야함에도 서사의 연결에서만 다뤄진다. 뿐만 아니라 내경이 본 관상 중에 유일하게 틀린 관삼은 자신의 관상 뿐이라는 모순에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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