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Posted 2013. 3. 13. 19:17

 이사를 했다. 생각보다, 정말 생각보다 너무 오래 신림에 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짐이 없는 느낌. 토요일에 퇴근을 해서 잠깐 같이 살았던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도와주니 짐은 3시간만에 싸졌다.

 짐을 다 빼고 나니 처음 신림으로 이사 왔을때가 생각났다. 처음에는 둘이었고 잠깐 혼자였다가 다시 둘,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을 혼자서 살았다. 시작한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고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생각보다 빠르게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첫 서울살이는 이렇듯 모든 것이 생각과는 달랐다. 그날 밤 친구 놈과 술 한잔 기울이면서 지난 몇 년을 웃으며 정리했다. 짐을 싸는 것보다 훨씬 공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이사 온 곳은 일산이다. 원래 홍대로 갈 생각이었으나 역시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곧 이사 간다는 선배를 따라 일산에 방을 보러 왔다가 홀린 듯이 계약. 며칠은 너무 성급했나-라는 생각으로 가슴을 조렸지만 짐을 다 옮기고 쓸데없이 넓은 방 때문에 적적했던 이사 첫날 밤을 지나보니 첫 서울살이 때보다는 훨씬 익숙한 기분이었다. 몸만 눕히던 예전 집과는 달리 홈바를 살까말까 쇼파는 하나쯤 있어야겠는데 의자는 어떤 것으로 고를까-라는 사치스러운 고민도 해볼만한 집이다.

 문뜩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들때가 있어 새삼스레 무섭기도 하지만 좌우당간 이사를 하긴 했구나. 농구 코트도 찾고 요리도 좀 해먹고 사람 같이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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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Posted 2013. 3. 3. 23:06

 무간도의 구조도 보이는 듯하다가 대부의 캐릭터가 보이다 결국 도니 브래스코의 감성으로 귀결. 여러 영화의 좋은 점들이 많이 보인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호불호가 갈리겠다. 하지만 정의와 악의 비대칭을 세련되게 표현해서 정의 속에서 선을 찾기 힘들고 악 속에서 선이 힐끗 보이는 디테일이 훌륭하다.

 최민식은 신세계에서 대단한 희생을 보여준다. 이 대배우에게는 희생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고 싶다. 묵묵히 제 몫만 하는 것을 희생이라고 할 정도의 배우다, 최민식은. 이정재의 톤도 마음에 든다. 뒤에 이야기를 위한 포석과 긴장감을 유지를 위해 훌륭하게 소임을 다한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올때 기억 되는 것은 정청. 압도적인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황정민의 연기는 거의 장르를 섭렵한다는 기분. 달콤한 인생에서의 연기를 기대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스크린에 비춰지는 것 자체가 장르가 되어버린다.

 후속이 나올수도 있다니 기대된다. 대부나 무간도가 '생각날만큼' 좋은 시리즈가 될 것 같다.


 * 엘리베이트 씬은 올해의 씬 후보. 송지효는 욕심 나더라도 이 영화는 커리어에 넣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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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지름 정리-

Posted 2013. 2. 11. 15:50

트윗에도 썼었지만 올해는 청춘을 소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잘못된 해석으로 그냥 쇼핑킹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옮긴 회사의 월급이 생각보다 넉넉하기도 하고 적금도 만기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죽음의 스케쥴 1월 중간 중간에 신경질적인 구매도 있었기 때문에 뭐라 변명도 못하겠네 거 참. 그래도 결제할때 주저하지 않고 사삭 결제하는 기분은 마음에 들었다. 구매 희망 리스트에 밑줄도 사삭- 긋고.

why 더플 코트.

팔 기장이 좀 길고 무거운 편이지만 재질이 좋고 따뜻하다.

why 피코트.

이것도 좀 무거운 편이지만 약간 스판기가 있는지 정말 편하다. 코트가 아니라 점퍼를 걸친 기분.

맥스 95 형광.

고교 시절 나름의 드림슈. 에게 겨우 이게? 할수도 있겠지만 정말이다. 그때는 농구화 사느라 돈이 없었다. 그냥 매장가서 고민없이 들고 왔다. 20% 할인 받고!

클락스 데저트 부츠.

부츠가 뭐 이리 유행인가. 하나쯤 가지고 싶었는데 홍대 거리 레드윙, 써로굿 물결 때문에 선뜻 못사다가 전부터 사고 싶던 데저트 부츠가 할인을 하길래 결제. 불편하다. 발 시리다. 뭐야 이거.

누디진 오가닉 드라이 트윌.

속물이라고 욕해도 좋아. 저 물결을 하나쯤 가지고 싶었다.


많이도 샀다 정말. 쫓기듯 과제하듯 사댄 것 같네. 한 1, 2년은 아둥바둥 산 것 같다. 월세에도 휘청거리던 지갑 사정이 올해 들어 조금 풀렸다. 이사갈 돈도 얼추 마련되었으니 3, 4월에는 꼭 이사도 가야지.


자, 2월 힘내서 마무리 하자. 곧 저런 상태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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